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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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예
↪️ 복사
↪️ 변이
↪️ 순환

이 세션은 대학의 시각디자인 전공자 중 중급자를 대상으로 “시각 이미지”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다양한 이미지 생산방식을 탐구하기 위해 구상되었다. 그래픽디자인의 목적인 시각커뮤니케이션은 반드시 시각 이미지를 전제로 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미지”란 무엇일까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이미지는 실재하고 만져지는 정말 존재하는 사물의 재현이나 모방으로 이해됐으며, 따라서 오랫동안 가상적이고 불완전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런 “실재”와 “가상” 혹은 “물질”과 “정신”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이미지를 이해할 때 우리는 이 세계에서 그래픽디자이너의 역할이 무엇인지 더 깊이있게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래픽디자인은 이미지를 다루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가상적이며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관념 내지 정신과 관련된 것을 다루는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흔히 실재와 가상, 원본과 모방 혹은 물질과 이미지와 같은 범주들은 완벽히 구분되며 수직적인 위계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졌다. 즉 이미지나 가상적인 것들은 현실의 실재하는 것에 종속되어 있으며 구분되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런 구분과 위계구조가 전복되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현대의 대중문화와 네트워크 기술 그리고 디스플레이 기기의 비약적인 발달로 인해 이미지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을 압도하고 우리 삶에 점점 더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실재하는 것보다 이미지가 더 중요하며, 거의 모든 것이 이미지화 되어가고, 물질은 이미지에 덮여서 인식되곤 한다. 이러한 오늘날의 상황에서 본 세션은 “이미지”라는 것을 “물성”의 관점에서 다시 새롭게 인식해 보기 위해 “디지털 공예”라는 주제를 선정했다.

보통 디자인과 공예는 사용성을 가진 미적 결과물을 생산한다는 측면에서 유사하다고 여겨지지만, 공예는 장인이 직접 물질을 손으로 다루어 완성한다는 점에서 디자인과 크게 구분된다. 디자인은 제품 혹은 그래픽 디자인을 막론하고 거의 언제나 제작 계획까지를, 즉 가상적인 영역을 담당하며 실제 제품의 완성은 기계나 전문 제작자의 손을 빌린다. 이러한 장인과 디자이너, 물질과 가상이라는 대립되는 개념 아래 우리는 다양한 공예기법들이 다루는 실제 물질의 구조를 관찰한 후 그것을 가상적인 디지털 이미지의 영역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실험을 한다. 이를 통해 실재적인 것과 가상적인 것을 혼합하고, 두 범주 사이의 경계와 위계를 흐리고, 그 속에서 자유롭게 순환함으로써 이미지를 이해하고 생산하는 방식을 확장해 보고자 한다.

“디지털 공예” 세션은 세 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첫 번째 단계는 “복사”다. “복사” 단계에서는 다양한 공예기법을 조사하고 그것을 디지털 이미지로 복제 및 변환하는 연습을 한다. 이 연습은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물질들이 맺는 관계와 구조를 평면적이고 가상적인 이미지의 영역에서 구현하는 실험으로, 학생들을 이러한 시도가 어떤 효과나 결과로 이어지는지 직접 확인한다. 실험의 결과물은 실재에 대한 불완전하고 열화된 모방일 수도 있고, 혹은 실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내포하며 실재를 뛰어넘는 어떤 것일 수도 있다.

두 번째 단계는 “변이”다. “변이” 단계에서는 “복사” 단계에서 진행했던 결과물을 다른 자료와 혼합, 병치, 충돌시킴으로써 어떤 변화를 야기하는 실험을 진행한다. 이미지는 본래 가상적이지만, 과거에는 이미지를 실현하는 데 실제 물질이 필요했다. 반면 오늘날 가상적 데이터로 존재하는 디지털 이미지로 인해 이미지의 가상성은 심화되었다. 디지털 이미지는 기본적으로 데이터이기 때문에 완전히 동일하게 복사될 수 있으며 수정도 쉽다. 따라서 네트워크 속에서 무한히 반복 복제되는 동시에 다양한 변이를 일으키곤 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현대 이미지 속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디지털 이미지의 생성과 변화를 직접 체험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지 탐구한다.

세 번째 단계는 “순환”이다. “순환” 단계에서는 앞선 단계의 결과물인 디지털 이미지를 다시 물질에 적용해 보는 실험을 진행한다. “변이” 단계를 통해 심화 및 발전시킨 시각화 기법, 즉 이미지화된 공예기법을 이용해 그래픽을 제작하고 그것을 실제 사용성을 가진 사물에 덧입혀 본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가상적 디지털 이미지와 실제 물질 혹은 실제 인간생활이 마주치면서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는지 직접 확인한다.

글. 이화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