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젝트에 대하여
(본 프로젝트는 2024년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디자인학부 수업 “그래픽디자인졸업연구Ⅰ”에서 진행되었다.)
사진집: 티끌 속에 세계가, 세계가 곧 티끌.
우리는 늘 무언가 보고 그것이 무엇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때 일상적인 고정관념이 작용하는데 한 가지는 세계는 우리와 관계없이 외부의 객관적 대상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므로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통해” 세상을 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세계를 부분적으로 이해할 따름입니다. 우리가 이미 그렇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세계는 사실 망막의 시신경들이 만들어낸 전기신호이며 우리는 일상의 편의를 위해 세상을 특정한 해상도로 조정합니다. 지나치게 작은 것은 디테일을 생략하고 거대한 것은 부분적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광학적 렌즈뿐만 아니라 관념적인 렌즈도 존재합니다. 알다시피 우리는 각자의 경험, 생각, 느낌에 따라 같은 대상도 다르게 인식하곤 합니다.
즉, 내가 보는 세계는 언제나 나의 반영이며 따라서 왜곡과 생략을 전제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의 불완전성과 부분성은 오히려 총체적 세계를 상상하는 단서가 됩니다. 흔히 일상 속에서 부분은 전체와 상관없이 존재한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부분은 늘 전체와 연결되어 있으며 더 나아가 그 속에 전체를 품고 있습니다. “나”라는 개체만 하더라도 전체 세계에서 보면 티끌 같은 존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잊고 있었지만 우리 모두 안에는 인류 진화와 문명 발달의 역사가 자리하고 있으며 “나”는 그 거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부분적으로 인식하며 살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부분은 전체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부분을 통해 전체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선의 축소와 확대의 반복 속에서 우리는 삶과 세계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힐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에, 앞서 논의한 우리 인식의 불완전성과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바탕으로 본 연구 프로젝트의 주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티끌 속에 세계가, 세계가 곧 티끌.” 학생 디자이너들은 이 주제에 대해 깊이 고민한 뒤 자신만의 렌즈를 꺼내 세계를 포착해 봅니다. 이때 일상과는 배율과 굴절이 조금은 다른 렌즈를 선택하여 평소에는 잘 인식할 수 없던 사물, 생각, 느낌 등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적 포착이 전체 세계에 대한 어떤 단서를 내포할 수 있을지 연구합니다. 연구에 대한 결과는 한 권의 사진집 형태로 엮고 안에 짧은 에세이를 수록합니다. 이때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세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능력 / 2. 생각을 이미지로 시각화하는 능력 / 3. 생각을 텍스트로 정리하는 능력 / 4. 이미지와 텍스트를 적절히 편집하고 배치하여 완결된 결과물로 만드는 능력. 이러한 의사소통 능력들을 바탕으로 시선의 확장과 압축이라는 운동성 속에서 “세계-나-사물” 사이의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 보는 것이 본 프로젝트의 목표라 하겠습니다.
글. 이화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