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민 — Hwayoung Lee

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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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your Remix!
유성민: 김경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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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축은 랜덤한 사건을 축하하는 가상의 이벤트 계정이다. 축하 대상이 되는 사건의 범위에는 큰 제한이 없지만 김경축은 가급적 사소하고 일상적인, 누구도 축하하지 않을 법한 일들에 주목한다.

본래 축하라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특수성을 동반한다. 범지구적으로 통용되는 축하로는 생일 축하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생일의 설렘은 매해 반복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퇴색되기 마련이다. 생일 뿐만 아니라 삶은 기본적으로 반복을 동반하기에, 많은 사건들이 진부하게 느껴지기 쉽다. 또한 인식은 상대적이기에 어떤 공통된 기념일이라도 경험하는 대상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게 적용된다.

축하의 행위 역시 마찬가지이다. 통신의 발달로 인해 축하의 제스쳐를 취하는 것이 이전보다 훨씬 용이해졌다. 여기서 축하의 제스쳐란 언어적 수단—메세지—과 물질적 수단—선물—을 모두 포함한다. 음성 통화를 넘어 각종 SNS에서는 문자 몇 자만으로 축하의 메세지를 보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클릭 한 번으로 누군가 이미 만들어 놓은 이미지–이모티콘–을 전송하여 축하의 의사를 표한다. 선물 역시 마찬가지이다. 면대면이 아니라도 배송 서비스를 통해 쉽게 선물을 보낼 수 있고, 더 나아가 상대방으로 하여금 원하는 옵션을 고르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축하는 말 그대로 던져지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 축하의 알맹이는 흐릿하다. 역으로 진심을 다해 축하할 때, 혹여나 상대방에게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긴다.

김경축은 두 가지 방법으로 축하의 무의미함을 드러낸다. 먼저 부풀려진 축하의 껍데기를 복제한다. 김경축은 축하 메세지, 케이크, 풍선, 폭죽, 웃음 등과 같이 축하의 가장 기본적인 형식을 빌려와 무작위로 섞는다. 예를 들어 본인의 계정 생성을 자축하는 개업 축하 이미지는 고사에 쓰이는 돼지 머리와 컨페티, 고사 축문의 인용구로 구성돼있다. 여느 개업고사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각각의 이미지는 원통에 프린트 되고 비처럼 쏟아지고 무지개색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등 어딘가 과장된 모습을 보인다.

다음으로, 김경축이 축하하는 사건의 상당수는 일상에서 흔히 스쳐지나가는 하찮은 사건들이다. 김경축은 오늘이 목요일임을 축하한다. 목요일은 인간의 삶 속에서 같은 주기로 돌아오는 수많은 요일 중 하나일 뿐이다. 한 주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월요일이나 금요일과 달리 중간에 끼어있어 더욱 애매한 인상이다. 이 애매한 날을 화려한 이미지와 함께 축하함으로써 김경축은 ‘축하받는 것이 마땅한’ 다른 날들의 의미마저 흐린다. 더 나아가 아무것도 아닌 일상에 대한 축하는 보는 이로 하여금 해당 사건에 ‘축하받을만한’ 요소가 있는지 돌아보고 축하의 조건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한다.

글. 유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