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미 — Hwayoung Lee

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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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your Remix!
이현미: 미대생 석사씨(graduate.ai)

전시장 Instagram @graduate.ai 👈🏻

‘디자인 전공’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집단과 대학원생 집단을 매시업한다. 매시업 된 미대 대학원생은 자조적인 시선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는 집단이다. 경제적으로 사회에 홀로 서야 할 나이가 되었지만, 사회에서 요구하는 보편적인 길을 걷지 않기 때문에 늘 불안하다. 그래서 연구자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기보다는, 실무자로서 시작점이 늦어진다는 압박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연구자와 실무자 사이의 모순된 정체성 속에서 끊임없이 내적 갈등을 하지만, 한편 덕후처럼 디자인을 사랑하고 즐기는 이중성을 보이기도 한다.

디자이너가 주로 사용하는 Adobe 프로그램과 MacOS의 요소들을 샘플링하여 짤과 만화로 시각화한다. 시각화한 작업을 소셜 미디어인 인스타그램에 전시하여 ‘좋아요’ 기능으로 공감을 얻는다. 사연을 받아 제작한 후에 업로드하는 방식 또한 전시의 한 부분으로, 독자와 작가의 협업이 된다. 인스타그램 아이디 또한 ‘graduate.ai’로, 졸업하다의 동사형 ‘graduate’을 일러스트 확장명으로 리믹스한다. 프로필에 ‘마음껏 퍼갈 수 있다’는 말을 명시하여 짤과 만화가 시뮬라시옹(simulation)되도록 유도한다. 시뮬라시옹은 장 보드리야르가 펴낸 ⌜시뮬라크르(simulacre)⌟의 이론이다. 장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시뮬라크르(simulacre)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때로는 존재하는 것보다 생생하게 인식되는 것을 말한다. 주로 대중 매체가 만들어 내어 시청자에게 각인시킴을 통해 작용한다. 시뮬라크르는 원본을 모방한 복제, 나아가 원본이 된 복제이다. 시뮬라크르의 발생 형식은 ① 원본에 대한 모방, ② 원본과의 연결성 파괴, ③ 원본과 관련이 없는 또 다른 원본으로 변화이다. 과정을 통해 생산된 가상의 이미지가 최초 원본과의 관계를 끊고 스스로 생명력을 갖춘 또 다른 원본이 되는 과정을 시뮬라시옹이라고 한다. 이 이론은 작업의 지향점으로 작업의 세계관, 캐릭터에 적용한다.

석사, 박사, 교수: 캐릭터에 이름을 부여하지 않고, 캐릭터의 직책인 석사, 박사, 교수 그 자체로 활용한다. 이는 대학원생 짤로 유명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샘플링한 사례다. 근로기준법의 ‘사람(대학원생 포함)’이라는 말은 대학원생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을 반증한다. 정체성을 지닌 개인이 아닌 석사, 박사의 직책 그 자체로 개인을 투영한다는 것을 비꼬아 만화 속에서도 이들의 이름은 없다. 일관성 있는 설정을 위해 교수에게도 이름을 부여하지 않지만 석사, 박사는 동물로, 교수는 사람으로 그려 대비시킨다. 또한 졸업을 상징하는 학사모를 통해 캐릭터의 직책이 명확하게 보이도록 한다. 학사를 졸업한 석사는 학사모 1개, 석사를 졸업한 박사는 학사모 2개, 교수는 박사까지 졸업하여 학사모 3개로 설정한다.

도비: 도비는 교수의 말에 ‘네!’, ‘넵!’ 등 순응하는 대답만 하는 캐릭터이다. ‘도비(Dobby)’는 J.K.롤링의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집요정이 원형이다. 해리포터 속 도비는 루시우스 말포이 가문에 종속된 요정으로, 주인의 소유를 선물 받아야만 해방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현재 ‘도비’는 조직에서 잡무를 하는 사람이나 과로를 하는 사람들을 자칭하는 경우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특히 ‘대학원’이라는 독립된 맥락 안에서 ‘도비'는 원본과의 관계를 끊고 또 다른 원본으로 분리되었다. 원본보다 위력이 있는 상징성이 부여되어 시뮬라시옹이 일어난 것이다. 시뮬라시옹이 진행된 새로운 원본인 ‘도비’에 주목하여, 이 작업에서 도비를 또 한번 복제한다.

덕후: 덕후는 디자인 전공 대학원생의 이중성을 대변한다. 석박통합과정의 대학원생으로 디자인을 사랑하고 전문가의 실력을 지닌 캐릭터이다. ‘덕후’는 특정 관심사에 깊이 빠져 고립된 생활을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과거 덕후는 비호감의 상징이었다. 비주류의 취미에 빠져서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고 사교성도 부족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발전했다. 미대 대학원생은 스스로에 대해, 또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의구심을 안고 살아가지만, 내 작업을 무한히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은근하게 즐긴다. 특히 타인의 피드백에 완전히 구속되지 않아도 될 대학원에서 예술가의 기질을 발휘하며 그들의 작업과 세계관을 사랑하는 덕후가 된다.

글. 이현미